릴 나스 엑스(Lil Nas X)는 단지 한 곡의 히트로 유명해진 뮤지션이 아닙니다. 그는 음악, 젠더, 정체성, 문화적 메시지를 무기로 삼아 전통적인 팝 시장의 벽을 무너뜨린 혁신가입니다. 특히 LGBTQ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공개적인 퀴어 아티스트로서, 그의 예술성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문화적 상징성을 지닙니다. 본 글에서는 릴 나스 엑스의 정체성과 예술성을 LGBTQ 표현, 퍼포먼스 전략, 상징 코드 세 가지 관점에서 깊이 분석합니다.
LGBTQ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 선언과 그 영향
릴 나스 엑스는 2019년 ‘Old Town Road’로 세계적 성공을 거둔 직후, 트위터를 통해 커밍아웃을 공개적으로 선언했습니다. 이는 힙합과 컨트리라는 전통적으로 보수적 성향이 강한 장르에서 활동하던 아티스트로서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었으며, 음악 산업 전반에 걸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힙합씬에서 퀴어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은 흔하지 않았고, 많은 LGBTQ 아티스트들이 자신을 숨기거나 암묵적으로 침묵해 왔던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그러나 릴 나스 엑스는 이 벽을 스스로 허물며, 정체성 표현을 자신의 예술 세계 중심에 두었습니다. 그의 커밍아웃은 단순한 사생활 고백이 아니라 정체성을 예술적 메시지로 확장한 선언이었습니다. 이후 발매된 ‘MONTERO (Call Me By Your Name)’는 릴 나스 엑스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직접적으로 노래한 작품으로, 뮤직비디오와 가사에서 성적 자아를 숨기지 않고 표현함으로써 대중문화 안에서 LGBTQ 존재가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특히 젊은 세대, 특히 LGBTQ 청소년에게 큰 감동과 용기를 안겨주었고, 릴 나스 엑스는 그들의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한편으로 그는 비판과 혐오에도 맞섰습니다. ‘MONTERO’ 공개 직후 일부 보수층에서는 강한 반감을 표했고, 특히 뮤직비디오의 종교적 상징에 대해 논란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 모든 논쟁을 자신의 스토리텔링에 적극적으로 활용, 오히려 더 강력한 메시지로 승화시켰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 곡은 내 14살 자아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말하며, 그 어떤 검열이나 비판보다 자신의 과거를 치유하고, 현재의 자신을 긍정하는 음악임을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릴 나스 엑스는 LGBTQ 정체성을 음악에 담는 수준을 넘어, 이를 중심서사로 삼아 문화적, 산업적 구조 자체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는 단지 퀴어 아티스트가 아니라, 퀴어 정체성으로 대중문화의 정점을 찍은 최초의 아티스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는 수많은 아티스트와 팬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퍼포먼스와 뮤직비디오 속의 도발적 메시지
릴 나스 엑스의 예술성은 음원뿐 아니라 퍼포먼스와 뮤직비디오에서도 강하게 드러납니다. 그는 무대에서 젠더 표현, 종교적 상징, 역사적 모티프 등을 조합하며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퍼포먼스 아티스트'이기도 합니다. 특히 ‘MONTERO (Call Me By Your Name)’, ‘Industry Baby’, ‘Holiday’ 등에서 보여준 무대 연출은 시각적 자극을 넘어 하나의 서사구조로 작동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MONTERO’의 뮤직비디오입니다. 이 영상에서 릴 나스 엑스는 에덴동산, 지옥, 뱀, 천사와 악마 등 성경적 상징을 교차 배치하며, 기존 기독교 문화에서 금기시해 온 동성애와 쾌락을 정면으로 드러냅니다. 그는 악마에게 폴댄스를 추고, 마지막엔 악마의 왕관을 스스로 쓰며 권력을 전복하는 서사를 완성합니다. 이는 단순한 충격 마케팅이 아니라, 성소수자가 사회적 낙인을 넘어 주체적 존재로 성장하는 과정을 예술적으로 시각화한 것입니다. 또한 그는 라이브 무대에서도 젠더 경계를 흐리는 연출을 자주 사용합니다. 2021 BET 어워즈에서 그는 ‘MONTERO’를 부르며 남성 댄서들과 관능적인 퍼포먼스를 펼쳤고, 마지막에는 남성과 키스를 나누는 장면으로 마무리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는 과거 마돈나, 프린스 같은 아티스트들이 했던 젠더 도전과 유사하면서도, 릴 나스 엑스 특유의 자기 서사와 동시대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평가받았습니다. 그의 퍼포먼스에는 항상 도발이 포함되지만, 이는 자극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정체성에 대한 확신과 세계에 던지는 질문입니다. 릴 나스 엑스는 뮤직비디오와 무대를 통해 젠더, 인종, 성적 지향, 종교, 권위 등 다양한 사회적 프레임에 의문을 던지며, 그것을 음악으로 응답합니다. 이는 그를 단순한 팝스타가 아닌, 21세기형 예술가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핵심 요소입니다.
상징 코드와 대중문화 속의 자기서사 전략
릴 나스 엑스의 음악과 이미지에는 수많은 상징적 코드가 숨겨져 있으며, 그는 이를 통해 자기 서사를 구축해 나갑니다. 그는 음악을 통해 정체성과 갈등, 성장과 저항의 이야기를 말하는 동시에, 자신의 메시지를 대중이 쉽게 소비할 수 있도록 상징을 반복적이고 직관적으로 배치합니다. 예를 들어 ‘MONTERO’의 지옥과 천국, ‘Industry Baby’의 감옥과 해방, ‘Holiday’의 시간여행 콘셉트 등은 모두 릴 나스 엑스가 겪어온 사회적 검열, 자기 억압, 그리고 해방의 과정을 시각적 은유로 표현한 것입니다. 특히 ‘감옥’은 LGBTQ로서의 정체성을 억압당했던 과거를 의미하며, ‘Industry Baby’ 뮤비에서는 그 감옥을 ‘춤추며 부숴 나오는’ 상징으로 반전시킵니다. 또한 그는 신발, 색깔, 패션 등 시각적인 요소로도 상징을 강화합니다. ‘사탄 슈즈’로 불린 한정판 운동화는 그의 종교 코드 전복 메시지를 담았고, 핑크 수트, 가슴 노출 드레스, 글리터 등은 젠더 표현의 해체를 의미합니다. 이처럼 릴 나스 엑스는 대중문화 안의 도구들을 자신의 무기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예술과 마케팅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SNS 또한 그의 서사 전달의 주요 통로입니다. 그는 밈(meme), 유머, 셀프디스, 팬과의 소통 등 다양한 방식으로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콘텐츠 전략을 구사하며, 그 모든 요소가 하나의 메시지로 통합되도록 설계합니다. 실제로 ‘Old Town Road’ 이후 릴 나스 엑스는 매 앨범마다 ‘콘셉트 세계관’을 SNS에 먼저 유포하고, 대중의 반응과 밈을 활용해 홍보를 이어가는 독특한 방식을 구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는 음악, 비주얼, 마케팅, 개인 서사를 모두 통합한 브랜드이자 메시지 그 자체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릴 나스 엑스는 팝스타라는 직업을 넘어 ‘자기 정체성 기반의 콘텐츠 크리에이터’이며, 이는 미래 대중문화가 나아갈 방향을 미리 제시하고 있는 셈입니다.
결론
릴 나스 엑스는 단지 히트곡을 가진 아티스트가 아니라, 음악을 통해 정체성을 드러내고, 예술로 사회를 도전하며, 상징을 통해 자기 서사를 확장하는 시대의 대표적 창작자입니다. 그의 음악과 퍼포먼스는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을 품고 있으며, 릴 나스 엑스를 이해하는 일은 대중문화의 진화 방향을 읽는 일이기도 합니다. 지금, 그 음악을 다시 들어보세요.